2. 외국 현지 음식 이야기 (Local Plates)

[태국] 타이 그린 커리— 초록빛 매콤한 한 그릇의 세계

Slow Palate 2026. 5. 23. 19:01

 


그린 커리를 처음 먹었던 건 20년 전 태국 방콕에서다.
맨 먼저 온 것은 맛이 아니라 냄새였다. 코코넛 밀크가 끓는 달콤한 향과 굉장히 이국적인 향이 한데 어울려 섞인 냄새 (나중에 알게된 그 향은  레몬그라스와 갈랑갈이었다) 그 때만 해도 한국에는 태국 식당이 그리 흔하지는 않았어서 한국에서는 맡아본 적 없는 종류였다.
메뉴판을 보지도 않고 옆 테이블이 먹는 초록빛 커리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린' 커리인데 왜 이렇게 매울까? 이름의 뜻과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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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커리는 보통 재료의 색에 따라 레드(Red), 그린(Green), 옐로(Yellow), 마사만(Massaman) 등으로 구분한다.
그린 커리의 아름다운 초록빛은 코리앤더(고수) 뿌리, 태국 바질, 그리고 초록색 버드아이 칠리(쥐똥고추)에서 나온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초록색 외형만 보고 *"시금치 커리처럼 순하고 부드럽겠지?"*라고 생각하는 함정에 빠지기 쉽다는 점이다.
태국어 이름은 깽 키아우 완(แกงเขียวหวาน)인데 깽(แกง) : 커리/국물 요리, 키아우(เขียว) : 초록색, 완(หวาน) : 달다는 뜻이다. 직역하면 '달콤한 초록색 커리'다. 이름에 '달다'는 표현이 들어가 있어서 맵지 않다고 오해하기 딱 좋지만, 사실 그린 커리는 태국 커리 중 가장 매운 편에 속한다. 붉은 고추보다 독성이 강한 초록색 버드아이 칠리를 아낌없이 듬뿍 갈아 넣기 때문이다. 이름의 '완(달다)'은 매운맛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코코넛 밀크의 은은한 단맛을 표현한 것일 뿐, 절대 안 매운 맛이 아니니 태국 여행이나 호커센터에서 주문할 때 꼭 기억해야 한다.
 

그린 커리 한 그릇을 이루는 세 가지 맛의 층 (Layer)

 

그린 커리는 재료가 많아 보이지만, 결국 세 가지 맛의 층으로 이루어진다. 페이스트의 향, 코코넛 밀크의 바디감, 그리고 피시소스와 라임의 밸런스. 이 세 층이 합쳐질 때 그린 커리가 완성된다.
그린 커리의 맛을 결정하는 건 거의 페이스트다. 현지에서 직접 절구에 갈아 만든 페이스트와 시판 캔 페이스트는 맛이 다르다. 방콕의 유명 식당들은 아직도 매일 아침 직접 페이스트를 만든다.

그린커리 페이스트 (source: www.epicurious.com)

 

로컬 미식 팁: 태국 현지에서 완벽하게 주문하는 법

 

고급 레스토랑보다 현지인이 가는 로컬 식당이 훨씬 맛있는 경우가 많다. 방콕에서는 야오와랏(차이나타운), 씰롬, 아리 지역의 골목 식당을 추천한다. 냄비를 직접 절구로 갈아 페이스트를 만드는 곳이면 더 좋다.
그린 커리는 단독으로 먹는 음식이 아니다. 재스민 라이스(카오 호말리)와 함께 먹어야 한 끼가 완성된다. 국물에 밥을 말아 먹어도 되고, 밥 위에 커리를 얹어 먹어도 된다.
1. 메뉴판에서 **แกงเขียวหวาน(깽 키아우 완)**을 찾는다. 영어 메뉴에는 Green Curry로 표기된다.
2. 단백질을 고른다. 닭(ไก่·가이), 소고기(เนื้อ·느아), 두부(เต้าหู้·따오후) 중 선택.
3. 맵기 조절 : "초록색이니까 괜찮겠지" 했다가 눈물 콧물 쏙 뺄 수 있다. 매운 것에 약하다면 주문할 때 반드시 "펫 노이(เผ็ดน้อย, 조금만 맵게 해주세요)"를 외쳐야 한다. 이렇게 해도 한국인 기준에는 제법 매콤하다.
4. 밥(카오·ข้าว)을 함께 주문한다. 대부분 세트로 나오지만, 아닐 경우 따로 시켜야 한다.
5. 테이블 위 '조미료 통' 활용하기 태국 식당 테이블에 놓인 피시소스(남플라)와 말린 고춧가루(프릭แห้ง)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먹기 직전 피시소스를 몇 방울 톡톡 떨어뜨리면 감칠맛이 폭발하며 완벽한 태국 현지의 맛으로 마무리가 된다.

 

집에서 즐기는 'Beyond Border'의 간단 팁

싱가포르 마트나 한국의 아시안 마트에서 '그린 커리 페이스트 캔(또는 팩)'과 '코코넛 밀크'만 사두면, 퇴근 후 15분 만에 이국적인 타이 식탁을 차릴 수 있다. 닭다리살과 가지, 집에 있는 버섯을 숭덩숭덩 썰어 넣고 보글보글 끓여내면 태국식당  부럽지 않은 근사한 메인 요리가 완성된다. (어지간한 한국 내 태국식당의 그린커리 맛의 90%는 따라간다고 본다)

초록빛이 주는 싱그러운 비주얼과 반전 있는 매운맛의 매력, 오늘 저녁엔 식탁 위에 태국 방콕의 바람을 불어넣어 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그린 커리 만들기. 레시피는 아래 클릭

[레시피] 타이 그린 커리(Thai Green curry) 레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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