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외국 현지 음식 이야기 (Local Plates)

[말레이/싱가포르] 알록달록한 디저트 꾸에의 세계

Slow Palate 2026. 5. 26. 17:59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전통 간식 꾸에(Kue)는 코코넛, 판단잎, 팜슈거가 어우러진 동남아 디저트 문화의 정수를 보여준다. 화려한 색감과 쫀득한 식감, 지역별로 다른 개성이 여행자의 입맛과 기억을 오래 붙잡는다.


 

꾸에(Kue)란 무엇일까?


동남아시아를 여행하다 보면 시장이나 호커센터 한쪽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알록달록한 간식들을 만나게 된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전통 간식을 바로 ‘꾸에(Kue)’ 혹은 ‘쿠에(Kuih)’라고 부른다. 말레이어권에서 사용하는 이름인데, 떡과 디저트, 간식류를 넓게 아우르는 표현에 가깝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처음 보면 떡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실제로 먹어보면 훨씬 부드럽고 촉촉하거나 젤리처럼 쫀득한 식감이 많다. 주재료로는 쌀가루, 타피오카 전분, 코코넛 밀크, 판단잎, 팜슈거가 자주 사용된다. 특히 판단잎 특유의 은은한 향은 꾸에의 정체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에는 바닐라와 비슷한 듯하면서도 풀향이 섞인 독특한 향이 낯설지만, 익숙해지면 동남아 디저트에서 그 향을 찾게 된다.

싱가포르에서는 중국계, 말레이계, 페라나칸 문화가 섞이며 다양한 스타일의 꾸에가 발전했다. 말레이시아 역시 지역별로 사용하는 설탕과 코코넛, 향신 재료가 조금씩 달라 맛의 스펙트럼이 넓다. 그래서 꾸에는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동남아 다문화 음식 문화의 축소판처럼 느껴진다.

 

대표적인 꾸에 종류들


꾸에는 종류가 정말 많다. 현지 사람들도 이름을 다 외우기 어려울 정도다. 그중 여행자들이 가장 쉽게 접하는 것은 ‘꾸에 라피스(Kueh Lapis)’다. 여러 겹으로 층층이 쪄낸 디저트인데, 쫀득하면서 달콤한 식감 때문에 한국인의 입맛에도 꽤 잘 맞는다. 어린 시절 먹던 젤리와 떡의 중간 느낌이라고 할까.

일단 꾸에의 첫 시작으로 꾸에 라피스와 온데온데를 추천한다.


쿠에 라피스

 

또 많이 보이는 것이 ‘온데온데(Onde Onde)’다. 찹쌀 반죽 안에 녹인 굴라 말라카(Gula Melaka, 팜슈거)를 넣고 코코넛 가루를 묻힌 작은 디저트인데, 한입 베어 물면 안에서 뜨거운 팜슈거 시럽이 터져 나온다. 제대로 만든 온데온데는 코코넛 향과 카라멜 같은 팜슈거 풍미가 정말 깊다.

 

온데온데 (약간 우리나라 꿀떡의 느낌도..)



개인적으로는 ‘꾸에 살랏(Kueh Salat)’도 좋아한다. 아래에는 찹쌀층이 깔려 있고 위에는 판단 커스터드가 올라간 형태인데, 동남아의 향과 식감이 가장 조화롭게 느껴지는 꾸에 중 하나다. 달콤하지만 지나치게 무겁지 않고, 차나 커피와도 아주 잘 어울린다. 싱가포르의 오래된 베이커리나 전통 시장에서 잘 만든 꾸에를 먹어보면 왜 현지 사람들이 어린 시절의 추억 음식처럼 이야기하는지 이해하게 된다.

 

꾸에 살랏

 

꾸에가 특별한 이유


꾸에의 가장 큰 매력은 단순히 '달다'에 있지 않다. 오히려 재료의 향과 질감을 얼마나 섬세하게 조합하느냐에 가깝다. 예를 들어 좋은 꾸에는 코코넛 밀크의 고소함이 지나치게 무겁지 않고, 팜슈거의 단맛도 흑설탕처럼 깊고 은은하다. 여기에 판단잎 향이 더해지면서 특유의 동남아 분위기가 완성된다.

흥미로운 점은 꾸에가 생각보다 기름지지 않다는 것이다. 서양식 케이크처럼 버터와 크림을 많이 쓰지 않기 때문에, 먹고 나서 부담감이 덜하다. 대신 찹쌀과 타피오카 전분 특유의 탄력 있는 식감이 중심이 된다. 그래서 차와 함께 가볍게 먹기 좋고, 현지에서는 아침 간식이나 오후 티타임 음식으로도 자주 등장한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서는 전통 꾸에 가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동시에 젊은 세대들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꾸에도 늘어나고 있다. 말차나 두리안, 심지어 에스프레소를 접목한 퓨전 꾸에도 등장한다. 하지만 결국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시장 한편에서 바나나잎 위에 놓인 소박한 전통 꾸에인 경우가 많다. 화려하지 않아도 오랫동안 이어진 지역의 맛이라는 느낌이 분명하게 남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여행에서 꼭 맛봐야 할 간식


처음 꾸에를 접하는 사람이라면 싱가포르의 호커센터나 전통 베이커리를 추천하고 싶다. 관광지의 디저트 카페보다 현지 사람들이 아침에 포장해 가는 작은 가게가 오히려 더 맛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아침 시간대에 가면 갓 만든 꾸에를 만날 확률이 높다. 보통 푸드코트마다 한 곳 씩은 있는 것 같고, 사람들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 역에도 있기도 하다.

 

꾸에는 보기에는 아주 달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은근하고 부드러운 단맛이 많다. 그래서 진한 커피보다는 동남아식 밀크티나 따뜻한 차와 잘 어울린다. 여러 종류를 조금씩 사서 나눠 먹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종류마다 식감과 향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많은 벵가완 솔로에서도 꾸에를 판다.

 

여행을 하다 보면 유명 레스토랑 음식보다 이런 작은 전통 간식이 오래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있다. 꾸에는 단순한 디저트라기보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사람들이 살아온 시간과 취향, 그리고 열대 지역의 재료 문화가 담긴 음식에 가깝다. 그래서 한입 먹는 순간 그 지역의 공기와 시장 풍경까지 함께 떠오르는 것 같다.



꾸에(Kue)는 단순히 “동남아 전통 디저트”라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음식이다. 코코넛과 판단잎, 팜슈거가 만들어내는 향과 식감 속에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역사와 문화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화려한 디저트보다 소박하지만 오래 기억에 남는 맛. 동남아 여행 중 꾸에를 발견한다면, 꼭 몇 가지를 골라 천천히 맛보길 추천한다.